로마서 3장 주석

로마서 3장은 바울의 신학적 논증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입니다. 1-2장에서 바울은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가 죄 아래 있음을 철저히 증명했습니다. 3장은 이 모든 인류의 죄 문제에 대한 하나님의 놀라운 해결책을 선포합니다: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 곧 칭의(justification)입니다. 21절부터 시작되는 이 선언은 율법의 행위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통해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는 복음의 핵심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장은 죄의 보편성과 은혜의 특별함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복음이 어떻게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동시에 만족시키는지 보여줍니다.

역사적 배경

로마서는 사도 바울이 57년경 고린도에서 3차 전도 여행 중에 기록했습니다. 로마 교회는 바울이 직접 개척한 교회가 아니었기에, 그는 자신의 사도적 권위와 복음의 핵심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로마 교회는 유대인과 이방인 신자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이들 사이에는 율법과 할례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존재했습니다.

3장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바울이 유대인의 특권(3:1-8)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구원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논박하는 부분으로 시작합니다. 이어지는 9-20절은 시편과 이사야서의 인용문들(시 14:1-3, 53:1-3, 5:9, 140:3, 10:7, 사 59:7-8, 시 36:1)을 모아 ‘모든 사람이 죄 아래 있다’는 선언을 성경의 권위로 확증합니다. 이는 유대인 청중에게 특히 충격적이었는데, 그들은 율법과 할례가 자신들을 자동으로 의롭게 만든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이 모든 전제를 무너뜨린 후, 21절부터 ‘율법 외에’ 나타난 하나님의 의라는 혁명적 선언을 합니다.

절별 해설

  • 1:

    바울은 2장에서 유대인의 죄를 지적한 후, 예상되는 반론을 다룹니다. “그런즉 유대인의 나음이 무엇이며 할례의 유익이 무엇이뇨?” 유대인 청중은 “우리의 특권은 무의미한가?”라고 항변할 수 있었습니다. 바울은 유대인의 특권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더 큰 책임을 수반함을 암시합니다.

  • 2:

    “많으니”라는 짧은 대답으로 시작합니다. 유대인의 첫 번째 특권은 “하나님의 말씀”을 맡은 것입니다. 로기아 투 테우(λόγια τοῦ Θεοῦ)는 구약 성경 전체, 특히 하나님의 언약과 약속을 가리킵니다. 유대인은 이 보물의 청지기였지만, 그것을 올바로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특권이 구원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 9:

    “그러면 어떠하뇨 우리는 나으냐?” 바울은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를 동일 선상에 놓습니다. “결코 아니라”는 강한 부정입니다.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다 죄 아래 있다”는 선언은 1-2장의 전체 논증을 요약합니다. ‘죄 아래’라는 표현은 죄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우리를 지배하는 세력임을 암시합니다.

  • 10:

    “기록된 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바울은 구약의 여러 구절을 하나의 합성 인용문으로 엮습니다. 이 구절은 시 14:1-3을 인용한 것입니다. ‘의인’은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바울은 인간의 본질적 타락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구원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의존함을 강조합니다.

  • 20:

    “그러므로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이 구절은 1-19절의 결론입니다. ‘율법의 행위’는 율법을 지키려는 인간의 모든 노력을 의미합니다. 바울은 율법의 기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한계를 분명히 합니다. 율법은 “죄를 깨닫게” 하는 거울일 뿐, 죄를 씻는 물이 아닙니다. 율법은 진단이지 치료제가 아닙니다.

  • 21: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의가 나타났으니” 이 ‘이제는’(뉘니 데, νυνὶ δέ)은 신학적 전환점입니다. 구약과 율법이 증거하는 바로 그 의가, 이제는 율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역사에 들어왔습니다. 이 의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바울은 복음을 ‘새로운 것’이 아니라 ‘약속된 것’으로 제시합니다.

  • 23: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이 구절은 인류의 보편적 문제를 선언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창조 때 주신 본래의 영광을 가리킵니다(창 1:26-27). 죄는 이 영광을 상실하게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 문제를 공유하지만, 모든 사람이 해결책도 동일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 24: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속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 이 구절은 복음의 핵심입니다. ‘값없이’(도레안, δωρεάν)는 선물, 즉 공짜를 의미합니다. ‘의롭다 하심’(디카이오쉬네, δικαιοσύνη)은 법정적 선언입니다. 하나님이 죄인을 ‘의롭다’고 선언하시는 것입니다. ‘구속’(아폴뤼트로시스, ἀπολύτρωσις)은 노예를 값 주고 사는 이미지로, 그리스도의 피가 우리를 죄의 노예에서 해방시켰음을 의미합니다.

  • 25:

    “이 예수를 하나님이 그의 피로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는 화목제물로 세우셨으니” ‘화목제물’(힐라스테리온, ἱλαστήριον)은 중요한 신학적 용어입니다. 이는 구약의 속죄소(시은좌, mercy seat)를 가리키며, 대속죄일에 제사장이 피를 뿌려 백성의 죄를 속하던 장소입니다(레 16:14-15). 바울은 예수님을 새로운 속죄소로 제시합니다. 그분의 피는 하나님의 진노를 만족시키고(propitiation), 동시에 죄를 깨끗하게 합니다(expiation). 이는 하나님의 ‘공의’(dikaiosyne)와 ‘사랑’이 동시에 드러나는 지점입니다.

  • 28:

    “그러므로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얻는 것은 율법의 행위에 있지 않고 믿음으로 되는 줄 우리가 인정하노라” 이 구절은 종교개혁의 핵심 슬로건인 ‘이신칭의’(sola fide)의 성경적 근거입니다. 바울은 ‘인정하노라’(로기조메타, λογιζόμεθα)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이것이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논리적 결론임을 강조합니다. 믿음은 공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의를 받아들이는 손입니다.

  • 31:

    “그런즉 우리가 믿음으로 말미암아 율법을 폐하느뇨 그럴 수 없느니라 도리어 율법을 굳게 세우느니라” 바울은 예상되는 오해를 차단합니다. 믿음의 복음이 율법을 무효화한다는 비난에 대해, 그는 정반대를 주장합니다. 율법은 그리스도 안에서 그 참된 목적(죄를 드러내고 그리스도를 가리키는)을 성취합니다. 복음은 율법을 폐하지 않고 완성합니다(마 5:17).

핵심 주제

  • 보편적 죄
  • 이신칭의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
  • 화목제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 율법의 한계와 기능
  • 하나님의 공의와 은혜

적용

로마서 3장은 우리의 가장 깊은 문제와 가장 놀라운 해결책을 동시에 직면하게 합니다. 첫째, 우리는 자신의 선함이나 종교적 행위에 어떤 희망도 둘 수 없습니다. 율법의 행위는 우리를 의롭게 할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죄인이 아닙니다. 모두가 동일한 배에 탔습니다.

둘째, 우리는 오직 믿음으로만 의롭다 하심을 받습니다. 이 믿음은 단순한 지적 동의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입니다. 마치 익사 직전의 사람이 구명조끼를 붙잡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손(믿음)은 구명조끼(그리스도)를 붙잡을 뿐, 스스로 수영하지 않습니다.

셋째, 이 진리는 우리에게 자유와 확신을 줍니다. 우리의 구원은 우리의 행위에 달려 있지 않기 때문에, 실패할 때마다 구원을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받았습니다. 이 은혜는 우리를 겸손하게 하고, 동시에 감사와 순종의 삶으로 이끕니다. 우리는 구원을 얻기 위해 행하는 것이 아니라, 구원을 받았기에 행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로마서 3장에서 말하는 ‘율법의 행위’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율법의 행위’는 모세 율법의 모든 조항(할례, 음식 규례, 제사 등)을 지키려는 인간의 모든 노력을 의미합니다. 바울은 이러한 행위가 결코 사람을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율법의 행위는 구원의 수단이 아니라, 죄를 깨닫게 하는 거울의 역할을 합니다(롬 3:20).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로마서 3:25의 ‘화목제물’은 무슨 뜻인가요?

‘화목제물’로 번역된 헬라어 힐라스테리온(ἱλαστήριον)은 구약의 ‘속죄소’(시은좌)를 가리킵니다. 대속죄일에 대제사장이 피를 뿌려 백성의 죄를 속하던 장소입니다(레 16장). 바울은 예수님의 십자가가 이 속죄소의 완전한 실현이라고 선언합니다. 그리스도의 피는 하나님의 진노를 만족시키고(propitiation), 동시에 우리의 죄를 깨끗하게 합니다(expiation). 이는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동시에 충족되는 사건입니다.

로마서 3장은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고 말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9-18절에서 바울은 구약 성경을 인용하여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롬 3:10)라고 선언합니다. 이는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를 포함하는 보편적 선언입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고,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했습니다(롬 3:23). 그러나 바울은 이 암울한 진단을 단지 비관적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보편적 죄의 문제가 보편적 구원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모든 사람이 죄인인 동시에,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의 은혜를 통해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로마서 3:31에서 ‘믿음으로 율법을 폐하느냐’는 무슨 의미인가요?

바울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는다는 복음이 율법을 무효화한다는 오해를 예상합니다. 그는 강력하게 “그럴 수 없느니라”라고 반박하며, 오히려 복음이 율법을 ‘굳게 세운다’고 말합니다. 율법은 죄를 드러내고(롬 3:20),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몽학선생의 역할을 합니다(갈 3:24). 복음은 율법을 폐하지 않고, 그 참된 목적을 성취합니다. 믿음으로 구원받은 사람은 율법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능력으로 율법의 참된 의미(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를 살아가게 됩니다.

로마서 3장은 구원의 확신에 대해 무엇을 말하나요?

로마서 3장은 구원의 확신을 ‘값없이’ 주어지는 하나님의 선물에 기초하게 합니다. 24절은 우리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속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가 되었다고 선언합니다. 구원이 우리의 행위나 성과에 달려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구원 확신은 우리 자신의 변덕스러운 감정이나 행실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완성된 사역에 근거합니다. 물론 참된 믿음은 선한 열매를 맺지만(엡 2:10), 그 열매가 구원의 근거가 아니라 구원의 증거입니다. 이 진리는 우리에게 안정된 확신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