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셀

에셀

에셀은 창세기에서 가장 덜 알려진 이름 가운데 하나다. 그는 호리 족속 세일의 아들이었고, 세일 땅에 살던 호리 족속 여러 족속의 족장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세일은 훗날 에돔으로 불리게 된 산지로, 에서의 자손이 그 땅을 차지하기 전에는 호리 족속이 살던 곳이다. 그의 이름은 두 족보 목록에만 나온다. 창세기 36:21, 27, 30과 그 병행 본문인 역대상 1:38, 42이다.

성경은 에셀의 말이나 행적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혀 기록하지 않는다. 성경이 보존한 것은 족보 안에서의 그의 자리, 곧 그의 아버지와 형제들과 아들들, 그리고 족장이라는 직함뿐이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은 하나님께서 에서에게 하신 말씀을 어떻게 이루셨는지, 그리고 이스라엘 주변 민족들의 역사도 어떻게 여호와의 손 안에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장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글은 본문이 말하지 않는 사실을 덧붙이지 않고 이 몇 구절을 주의 깊게 읽으며, 거의 잊힌 호리 족속의 한 족장이 오늘의 성경 독자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수 있는지 묻는다.

1. 이름의 어원과 의미

히브리어로 이 이름은 알레프, 차데, 레쉬로 된 אֵצֶר(ʼEṣer)이다. 많은 사전은 이 이름을 ‘쌓아 두다, 저장하다’를 뜻하는 어근 ʼāṣar와 연결한다. ‘보물, 창고’를 뜻하는 명사 ʼôṣār도 같은 어근에서 나왔다. 그래서 이 이름은 흔히 ‘보물’ 또는 ‘저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에셀은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라 호리 족속이었으므로 그의 이름은 다른 언어에서 왔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의미는 어느 정도 조심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이름은 아인과 자인으로 쓰고 ‘도움’을 뜻하는 다른 히브리 이름 ʻĒzer(עֵזֶר)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이 두 번째 이름은 개역개정에서 주로 ‘에셀’로 옮겨져 한국어로는 같아 보이지만, 여러 이스라엘 사람의 이름이다(역대상 4:4; 7:21; 12:9; 느헤미야 3:19; 12:42). 그들은 다른 민족, 다른 시대에 속한 다른 사람들이며, 히브리어로는 이름의 철자조차 다르다. 창세기 36장의 호리 족장은 그들과 아무 관계가 없다.

2. 역사적 배경과 성경의 이야기

2.1 가문과 족보

창세기 36장은 에서의 족보를 다루는 장이다. 본문은 에서의 아내들과 아들들과 족장들을 나열한 뒤, 20절에서 ‘그 땅의 주민 호리 족속 세일의 자손’으로 눈을 돌린다. 여기서 세일은 같은 이름을 가진 지역에 살던 호리 족속의 조상이다. 그의 아들들은 로단, 소발, 시브온, 아나, 디손, 에셀, 디산이다(창세기 36:20-21; 역대상 1:38). 그러므로 에셀은 이름이 나온 일곱 아들 가운데 여섯째다.

27절은 에셀의 아들들의 이름을 전한다. 빌한과 사아완과 아간이다. 병행 본문인 역대상 1:42은 셋째 이름을 원문에서 야아간으로 적는데, 이는 고대 족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철자 차이다. 에셀의 아내나 딸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다.

호리 족속은 다른 본문에서도 세일 산의 초기 주민으로 언급된다. 아브라함 시대에 그돌라오멜과 그의 동맹군은 ‘세일 산에서’ 호리 족속을 쳤다(창세기 14:6). 신명기는 에서의 자손이 그들을 쫓아내고 그 자리에 거주했다고 설명한다(신명기 2:12, 22). 호리 족속이 정확히 누구였는지는 논란이 있다. 어떤 학자들은 고대 근동 문헌에 나오는 후르리인과 연결하고, 다른 이들은 이 이름을 ‘동굴’을 뜻하는 히브리어 ḥôr와 연결하여 바위가 많은 세일 땅의 동굴 거주민으로 본다. 두 견해 모두 확실하지 않으며, 성경 자체는 그들을 에돔 이전에 세일에 살던 민족으로만 소개한다.

2.2 주요 사건

성경은 에셀의 생애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것은 세 가지뿐이다. 그는 세일의 아들이었고, 세 아들을 두었으며, 호리 족속의 족장 가운데 하나였다. 29-30절은 ‘세일 땅에 있는 그 족속들에 따라’ 이 족장들을 나열한다. 로단, 소발, 시브온, 아나, 디손, 에셀, 디산이다. ‘족장’으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씨족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ʼallûp로, 이 장은 에서 계열의 족장들에게도 같은 칭호를 쓴다(창세기 36:15-19, 40-43).

이 장은 호리 족속과 에돔 족속의 가문들이 결혼으로 얽혀 있었음을 보여 준다. 로단의 누이이자 세일의 딸인 딤나는 에서의 아들 엘리바스의 첩이 되어 아말렉을 낳았다(창세기 36:12, 22). 에서는 아나의 딸 오홀리바마와 결혼했다(창세기 36:2, 14, 25). 그러므로 에셀은 에서의 집안과 연결된 가문에 속해 있었지만, 본문은 그가 이런 결합에서 개인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말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진을 쳤던 브에롯 브네야아간, 곧 ‘야아간 자손의 우물들’(민수기 33:31-32; 신명기 10:6)이 에셀의 아들 야아간에게서 이름을 얻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이것은 가설일 뿐이며, 성경은 이 둘을 연결하지 않는다.

3. 성품과 성경 이야기 속의 역할

에셀의 행동이나 말이 하나도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성품이나 믿음이나 감정을 묘사할 수 없다. 족보의 정보를 넘어서는 묘사는 모두 지어낸 것이 될 것이다.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씨족의 우두머리로서 자기 백성 가운데 권위를 가졌고, 그의 가계가 이스라엘의 역사가들이 기억할 만큼 중요했다는 사실이다.

이야기 안에서 그의 역할은 구조적이다. 창세기 36장은 책이 야곱과 요셉에게로 넘어가기 전에 에서에 관한 기록을 마무리한다(창세기 37:1-2). 호리 족속의 명단은 에서의 자손이 그 땅을 지배하기 전에 세일에 누가 살았는지를 보여 준다. 그런 의미에서 에셀은, 에서에게 선언된 축복(창세기 27:39-40)과 하나님께서 세일 산을 에서에게 주신 일(신명기 2:5)이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배경의 일부다.

4. 신학적 의미

4.1 하나님은 민족들의 역사를 다스리신다

신명기는 여호와께서 에서의 자손 앞에서 호리 족속을 멸하셨고(신명기 2:22), 세일 산을 에서에게 기업으로 주셨다고 말한다(신명기 2:5). 에셀과 그 형제들의 이름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한 부족의 신이 아니심을 일깨워 준다. 그분은 언약의 계보에서 멀리 떨어진 민족들의 흥망까지 다스리시며, 그들의 연대와 거주의 경계를 정하신다(사도행전 17:26).

4.2 족보의 가치

창세기 36장 같은 목록은 흔히 건너뛰어지지만, 이것도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성경의 일부다(디모데후서 3:16). 족보는 성경의 이야기를 실제 가문과 실제 장소에 뿌리내리게 한다. 여러 세기 뒤에 역대기 기자는 아담에서 하나님의 백성에 이르는 큰 족보 안에서 이 호리 족속의 명단을 다시 기록했다(역대상 1:38-42). 본문에는 에셀을 그리스도의 모형으로 만드는 요소가 전혀 없으며, 그렇게 읽는 것은 억지다. 교훈은 더 단순하다. 구속의 역사는 약속된 아브라함의 자손이 오시기까지(마태복음 1:1), 실제 씨족과 족장들 사이에서, 실제 인간의 역사 속에서 펼쳐진다.

5. 유산과 정경 속 언급

호리 족속 에셀은 다섯 구절에 나온다. 창세기 36:21에서 그는 호리 족속 세일의 아들들 가운데 이름이 오른다. 창세기 36:27에는 그의 아들 빌한, 사아완, 아간이 나열된다. 창세기 36:30에서 그는 세일 땅의 호리 족장들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역대상 1:38은 세일의 아들들 가운데 그의 자리를 되풀이하고, 역대상 1:42은 그의 세 아들을 나열한다. 신약에는 그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의 유산은 소박하다. 목록 속의 한 이름, 호리 족속 가운데 한 씨족, 그리고 에돔이 그 땅을 차지하면서 독립된 민족으로서는 결국 사라진 한 가문이다. 성경은 그의 후손이 어떻게 되었는지 말하지 않는다.

6. 오늘을 위한 적용

에셀이라는 이름은 아마 ‘보물’을 뜻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재산이나 권세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남은 것은 이름뿐이며, 그 이름이 보존된 것은 하나님께서 에서와 이스라엘을 다루신 기록 속에 엮여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는 예수님의 말씀을 진지하게 떠올리게 한다. 땅에 쌓아 둔 보물은 오래가지 못하지만, 하늘에 쌓아 둔 보물은 남는다(마태복음 6:19-21).

에셀은 또한 성경의 ‘메마른’ 페이지를 인내하며 읽도록 가르친다. 이름의 목록을 읽을 때 우리는 하나님께서 보셨고 그 역사를 다스리신 실제 사람들에 관해 읽는 것이다. 같은 하나님께서 세상이 우리 이름을 잊을 때에도 우리의 이름을 아신다. 마침내 중요한 이름은 세일의 씨족 명단이 아니라 어린양의 생명책에 기록된 이름이다(요한계시록 21:27; 누가복음 10:20).

끝으로, 에셀이 등장하는 이 장은 하나님께서 약속의 상속자가 아니었던 에서에게까지도 말씀을 지키셨음을 보여 준다. 주께서 그 말씀에 신실하셨다면, 그리스도 안에서 ‘예’가 되는 약속들에 대해서는 그분을 신뢰하는 모든 사람에게 얼마나 더 신실하시겠는가(고린도후서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