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지팡이는 성경에서 가장 단순한 물건이면서도 가장 풍성한 의미를 지닌 물건 가운데 하나다. 목자와 나그네의 손에서는 길을 걷는 막대, 양을 이끄는 도구, 들짐승을 막는 무기였다. 왕의 손에서는 규(홀)가 되었다. 아버지와 스승의 손에서는 징계의 도구였다. 그리고 모세와 아론의 손에서는 하나님의 능력과 택하심을 보여 주는 눈에 보이는 표징이 되었다.

성경은 이 여러 의미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간다. 같은 히브리어 단어가 '지팡이', '규', 심지어 '지파'를 뜻할 수 있는데, 지파란 지도자의 지팡이 아래 모인 백성이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지팡이를 따라가면 불붙은 떨기나무에서 메시아의 보좌까지, 목자의 들판에서 사랑하시는 아버지의 징계까지 이르게 된다.

1. 어원과 의미

'지팡이', '막대기', '매' 뒤에는 여러 히브리어 단어가 있다. 마테(מַטֶּה)는 지팡이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말로, 모세와 아론의 지팡이에 쓰이며 '지파'라는 뜻도 있다(민수기 17장은 두 뜻을 함께 쓴다). 셰베트(שֵׁבֶט)는 막대, 몽둥이, 규를 뜻하며 역시 '지파'를 뜻할 수 있다. 창세기 49:10 유다의 '규', 잠언의 '매', 시편 23:4의 '지팡이'가 이 단어다. 미셴네트(מִשְׁעֶנֶת)는 '기대다'라는 동사에서 온 말로 몸을 기대는 지팡이이며, 시편 23:4의 '막대기'에 해당한다. 막켈(מַקֵּל)은 가지나 막대로, 예레미야가 본 살구나무 가지가 그 예다(예레미야 1:11).

이사야 11:1은 호테르(חֹטֶר), 곧 새싹이나 가지를 쓴다.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 신약에서는 랍도스(ῥάβδος)가 쓰이는데, 나그네의 지팡이(마가복음 6:8), 징계의 매(고린도전서 4:21), 아론의 지팡이(히브리서 9:4), 왕의 규(히브리서 1:8), 그리고 '철장'(요한계시록 2:27)을 모두 포함한다.

2. 역사적 배경과 성경의 용례

목자의 도구

고대 이스라엘의 목자는 보통 맹수를 쫓는 짧은 몽둥이와, 걷고 양을 이끌고 구해 내는 긴 지팡이를 가지고 다녔다. 양 떼는 '막대기 아래로' 지나가며 세어졌고(레위기 27:32; 에스겔 20:37), 한 마리 한 마리가 손길과 함께 셈해졌다. 야곱은 지팡이 하나만 가지고 요단을 건넜고(창세기 32:10), 유다는 다말에게 자기 지팡이를 담보로 맡겼다(창세기 38:18). 지팡이는 서명처럼 개인적인 물건이었다.

권위의 상징

지도자가 지팡이를 들었기 때문에 지팡이는 다스림의 표지가 되었다. 야곱은 '규가 유다를 떠나지 아니하며'(창세기 49:10)라고 예언하여 왕의 계보를 가리켰다. 하나님은 이방 세력도 자기 손의 막대기라 부르신다. 앗수르는 '내 진노의 막대기'(이사야 10:5)로, 하나님이 쓰시고 그 뒤에 심판하시는 도구다.

징계의 도구

지팡이는 벌하고 바로잡는 데도 쓰였다. 율법은 죄인을 때리는 것을 사십 대로 제한하여 그가 천히 여김을 받지 않게 했고(신명기 25:3), 하나님은 다윗에게 그의 왕위를 이을 아들을 '사람의 매'로 징계하시되 은총은 거두지 않겠다고 약속하셨다(사무엘하 7:14-15).

3. 주요 본문

모세의 지팡이(출애굽기 4:2-4, 17, 20). 떨기나무 가운데서 하나님은 모세에게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셨다. 그것은 평범한 목자의 지팡이였다. 땅에 던지자 뱀이 되었고, 꼬리를 잡자 다시 지팡이가 되었다. 그때부터 그것은 '하나님의 지팡이'(출애굽기 4:20)라 불린다. 그 지팡이로 나일 강을 쳤고(출애굽기 7:17-20), 바다를 갈랐으며(출애굽기 14:16), 호렙의 반석에서 물이 나왔고(출애굽기 17:5-6), 모세가 그것을 들고 있는 동안 이스라엘은 아말렉을 이겼다(출애굽기 17:9-11). 나중에 모세는 반석에게 말하는 대신 분노 가운데 지팡이로 반석을 쳤고, 그 때문에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했다(민수기 20:8-12). 지팡이 자체에는 아무 능력이 없었다. 그것은 능력이 여호와께 있음을 보여 주었을 뿐이다.

바로 앞에서의 아론의 지팡이(출애굽기 7:9-12). 아론의 지팡이가 뱀이 되자 바로의 요술사들도 흉내를 냈지만, 아론의 지팡이가 그들의 지팡이를 삼켰다. 이 대결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애굽의 신들을 다스리심을 보여 준다.

싹 난 아론의 지팡이(민수기 17장). 고라의 반역 뒤에 하나님은 제사장직 문제를 친히 결정하셨다. 각 지파가 증거궤 앞에 지팡이를 두었다. 하룻밤 사이에 아론의 지팡이에 움이 돋고 순이 나고 꽃이 피어 살구 열매가 열렸다(민수기 17:8). 그 지팡이는 반역한 자들에게 표징이 되도록 증거궤 앞에 보관되었고(민수기 17:10), 히브리서 9:4은 그것을 언약궤 안의 물건 가운데 하나로 언급한다. 하나님이 제사장을 택하셨기에 죽은 나무가 살아났다.

징계의 매(잠언 13:24; 22:15). 개역개정에서 잠언의 '지팡이'는 '매'로 옮겨진다. '매를 아끼는 자는 그의 자식을 미워함이라 자식을 사랑하는 자는 근실히 징계하느니라'(잠언 13:24). '아이의 마음에는 미련한 것이 얽혔으나 징계하는 채찍이 이를 멀리 쫓아내리라'(잠언 22:15; 23:13-14; 29:15 참조). 요점은 가혹함이 아니라, 아이를 미련함 속에 내버려 두지 않으려는 사랑이다. 신약은 같은 원리를 하나님이 자기 자녀를 징계하시는 일에 적용한다(히브리서 12:5-11).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시편 23:4).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다윗은 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목자께서 함께하시기 때문이다. 지팡이(셰베트)는 원수를 막고, 막대기(미셴네트)는 붙들고 인도한다. 길 잃은 양을 두렵게 할 수도 있는 것이 목자에게 속한 양에게는 위로가 된다.

철장(시편 2:9; 요한계시록 2:27). 하나님은 기름 부은 왕에게 '네가 철장으로 그들을 깨뜨림이여 질그릇 같이 부수리라'고 말씀하신다. 요한계시록은 이를 그리스도께 적용하고(요한계시록 12:5; 19:15), 이기는 자가 그의 다스림에 참여하리라고 약속한다(요한계시록 2:26-27).

이새의 줄기에서 나는 싹(이사야 11:1). 베어진 다윗 가문의 그루터기에서 새 가지가 나고, 그 위에 여호와의 영이 강림하신다. 이 메시아는 '그의 입의 막대기로 세상을 치며'(이사야 11:4) 공의로 심판하신다.

4. 신학적 의미

지팡이에는 세 가지 큰 주제가 모인다. 첫째, 약한 수단을 통한 하나님의 능력이다. 목자 손의 평범한 막대기가 출애굽의 도구가 되었다. 하나님은 비천한 것을 통해 자기 힘을 드러내기를 기뻐하신다. 둘째, 하나님의 택하심과 죽음에서 나오는 생명이다. 아론의 마른 지팡이에 꽃이 핀 것은 하나님이 세우신 자가 누구인지 보여 주었고, 하나님만이 주시는 생명을 그려 준다. 셋째, 하나님의 통치와 징계다. 유다의 규와 철장은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왕을 말하고, 잠언과 히브리서 12장의 매는 하나님의 징계가 자녀를 향한 사랑의 증거임을 보여 준다.

이 모든 선이 그리스도 안에서 만난다. 그분은 지팡이와 막대기로 양을 안위하시는 선한 목자이시고(요한복음 10:11), 하나님이 택하시고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대제사장이시며(히브리서 5:4-6), 이새의 줄기에서 난 싹이시고, '공평한 규'로 영원히 다스리시는 왕이시다(히브리서 1:8, 시편 45:6 인용). 놀랍게도 그분은 사람의 매도 받으셨다. 군인들이 갈대로 그의 머리를 쳤고(마태복음 27:30), 그분은 우리에게 평화를 주는 징계를 친히 담당하셨다(이사야 53:5).

5. 유산과 정경 안의 연결

지팡이는 정경 전체에 나타난다. 족장들의 이야기(창세기 32:10; 38:18; 49:10), 출애굽과 광야, 왕의 언약(사무엘하 7:14), 시편(시편 2; 23; 45; 110:2, '여호와께서 시온에서부터 주의 권능의 규를 보내시리니'), 지혜 문학, 선지서(이사야 10:5; 11:1-4; 미가 7:14, 주의 지팡이로 주의 백성을 먹이시기를 구하는 기도), 그리고 신약(히브리서 9:4; 요한계시록 2:27)에 이른다. 예수님은 열두 제자를 지팡이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이 보내셨고(마가복음 6:8),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에게 자신이 매를 가지고 가랴, 사랑과 온유한 마음으로 가랴 하고 물었다(고린도전서 4:21).

교회 역사에서 주교의 목자 지팡이와 왕의 홀은 이 이미지를 빌려 왔다. 하나는 목자에게서, 다른 하나는 왕에게서 온 것이다. 성경은 둘을 하나로 붙든다. 참된 왕은 또한 참된 목자이시다.

6. 오늘을 위한 적용

하나님은 지금도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 그분은 인상적인 자원을 기다리시지 않고, 그분께 드려진 평범한 은사를 사용하신다. 모세의 지팡이는 중요한 것이 물건이 아니라 순종임을 일깨운다.

주께서 우리를 징계하실 때, 잠언과 히브리서 12장의 매는 그 징계를 가볍게 여기지도 말고 낙심하지도 말라고 가르친다. 그것은 우리의 거룩함을 위한 아버지의 돌보심이다. 부모 또한 사랑과 인내와 절제로 자녀를 훈계하도록 부름받았으며, 결코 분노 가운데 해서는 안 된다(에베소서 6:4).

그리고 가장 어두운 골짜기에서 선한 목자의 지팡이와 막대기는 우리를 안위한다. 그리스도는 자기 양을 지키시고 인도하시고 품으시며, 어떤 원수도 그들을 그의 손에서 빼앗을 수 없다(요한복음 10:28). 우리가 두려움을 지나갈 수 있는 것은 골짜기가 안전해서가 아니라 그분이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이다.